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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우주 직업

미래 우주 직업: 우주 건축가

미래 우주 직업: 우주 건축가

[6편] 우주 건축가 – 무중력 환경에서의 주택 설계

화성에서 살아남을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1. 서론: 왜 우주 건축가가 필요한가

21세기 인류는 달과 화성을 향한 장기 탐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우주선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은 숨을 쉬고, 먹고, 자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 공간을 극한 환경 속에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설계하는 전문가가 바로 우주 건축가(Space Architect)다.

지구에서 건축가는 풍경·기후·경제적 요소를 고려하지만, 우주 건축가는 전혀 다른 조건을 다룬다. 우주에는 중력이 거의 없고, 진공 상태가 기본이며, 방사선과 운석 충돌 위험이 상존한다. 또한 건축 자재를 지구에서 운송하기에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크다. 따라서 우주 건축가는 단순한 ‘집 짓는 기술자’가 아니라, 우주 환경 공학·재료 과학·인간공학·디지털 시뮬레이션을 아우르는 융합형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2. 우주 건축이 직면한 도전 과제 – 더 깊은 분석

우주 건축의 첫 번째 도전은 방사선 차폐 문제다. 지구는 자기권과 대기라는 두 겹의 보호막 덕분에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안전하다. 하지만 달이나 화성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예컨대 화성의 대기는 지구의 1%도 안 되는 압력밖에 없으며, 자기장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건축물은 장기간 거주하는 사람들을 치명적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NASA는 물과 수소 기반 차폐재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고, ESA는 현지 레골리스를 3D 프린터로 압축해 두꺼운 차폐벽을 만드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심지어 멜라닌을 생성하는 곰팡이를 활용해, 스스로 방사선을 흡수하는 ‘살아있는 차폐재’를 개발하려는 시도도 있다.

두 번째는 극심한 온도차다. 달의 낮은 섭씨 120도까지 오르고, 밤은 영하 170도까지 떨어진다. 지구에서는 보기 힘든 이 정도의 급격한 변화는 건축 자재에 균열을 일으키고, 전자 장비의 고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 건축가는 건물 외벽에 다층 단열 시스템을 설계하고, 내부에서는 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동 열 제어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실제로 ISS에서는 냉각수 루프와 라디에이터 패널을 이용해 열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세 번째 과제는 미세 운석과 우주 파편이다. 초속 수 km로 날아오는 작은 파편도 건축물의 외벽을 뚫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달·화성 기지의 표면 구조물은 반드시 다중 충격 흡수층을 가져야 하며, 모래주머니와 유사한 레골리스 충전재를 외벽에 덮어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이 고려된다. NASA의 실험에서는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레골리스 벽체가 알루미늄보다 충격에 강한 결과도 관찰되었다.

마지막으로 간과하기 쉬운 요소가 인간의 심리적 적응이다. 단조롭고 밀폐된 공간은 사람의 정신 건강을 위협한다. 2021년 러시아에서 진행된 장기 격리 실험(SIRIUS-21)에서는 참가자들이 색채·조명·개인 공간의 부족으로 인해 집중력 저하와 불안감을 겪었다. 따라서 우주 건축가는 단순히 벽과 천장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정서와 사회적 관계까지 고려한 공간 설계를 해야 한다.


3. 실험과 실제 적용 사례 – 구체적 사례 확장

우주 건축은 아직 실험 단계가 많지만, 이미 흥미로운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다.

첫 번째 사례는 NASA HI-SEAS(하와이 화성 모의 기지) 실험이다.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화산 지대에 설치된 반구형 돔에서 연구원들은 1년 가까이 생활하며 화성 기지 생활을 모의했다. 좁은 공간, 제한된 자원, 외부와 단절된 환경에서 어떤 생활 패턴과 갈등이 나타나는지 관찰했고, 건축 구조와 인테리어 배치가 인간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기록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얻은 데이터는 실제 화성 기지의 설계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두 번째는 **Concordia 기지(남극, ESA와 프랑스 공동 운영)**다. 이곳은 ‘지구에서 가장 외로운 연구소’로 불린다. 외부 온도는 영하 80도까지 내려가며, 9개월간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다. ESA는 이 기지를 이용해 장기간 고립 환경에서 인간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연구했는데, 건축 구조와 심리적 회복 공간의 중요성이 크게 드러났다. 이러한 데이터는 향후 달·화성 기지의 실내 설계 지침으로 반영된다.

세 번째는 **팽창식 모듈 BEAM(Bigelow Expandable Activity Module)**이다. 기존의 우주 모듈은 금속 재질로 단단하게 제작되었지만, BEAM은 발사 시에는 접어 두었다가 궤도에 도착하면 공기를 주입해 2배 이상 확장된다. 이 기술은 우주 호텔이나 상업용 모듈에 활용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민간 우주 여행 산업과 결합할 수 있다. 실제로 SpaceX는 민간 기업 Axiom Space와 협력해 ISS에 상업 모듈을 연결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Shimizu 건설은 ‘루나 돔’이라는 화성·달 기지 콘셉트를 발표했다. 지름 수백 미터의 거대한 돔 구조물 안에 도시를 조성하고, 인공 중력 시스템까지 포함한 계획이다. 아직은 개념 설계 단계지만, 민간 건설사가 우주 건축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4. 우주 건축가가 다루는 핵심 기술

우주 건축가는 건축학, 기계공학, 항공우주공학, 재료과학, 심리학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 구조 공학: 중력 대신 내부 압력과 외부 진공의 차이를 견디는 구조 설계.
  • 재료 과학: 현지 자원을 활용한 3D 프린팅 건축재, 방사선 차폐 소재, 초경량 합금.
  • 환경 제어: 산소 생성, 수분 회수, 폐기물 재활용, 온도·습도 관리.
  • 인간공학 설계: 개인 공간 확보, 색채와 조명 설계를 통한 심리 안정.
  • 디지털 트윈: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조물의 안전성을 수백 번 검증.

특히 3D 프린팅 기술은 우주 건축의 핵심으로 꼽힌다. 화성이나 달의 레골리스를 활용해 현지에서 건축 자재를 제작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 무거운 자재를 운반할 필요가 없어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5. 미래의 주거 모델과 확장

향후 우주 건축은 단순히 임시 기지가 아니라, 도시와 사회로 확장될 것이다. 달의 남극 지역에는 얼음 자원이 풍부해 물과 연료 공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NASA와 ESA는 이 지역을 우주 도시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화성에서는 거대한 투명 돔을 세워 햇빛을 투과시키면서 방사선을 차단하는 ‘돔 시티’ 구상이 활발히 논의된다. 장기적으로는 소행성을 채굴하면서 내부를 거주지로 활용하는 개념도 제시된다. 민간 기업들은 더 나아가 궤도 상에 인공 중력이 적용된 회전형 호텔을 짓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6. 한국의 도전과 진로 가이드

한국 역시 이 분야에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달 탐사와 관련한 기지 건설 로봇을 연구 중이며, 현대건설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민간 기업도 미래형 우주 건축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우주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건축학, 항공우주공학, 재료공학, 환경공학 등을 공부하며, CAD·BIM·VR 시뮬레이션 능력을 함께 익혀야 한다. 또한 NASA, ESA, JAXA 등에서 주최하는 국제 공모전과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실질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다.


7. 결론

우주 건축가는 단순히 거주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인류가 새로운 행성에서 문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길을 닦는 개척자다. 앞으로 달 기지, 화성 도시, 소행성 거주지, 우주 호텔은 모두 우주 건축가의 손끝에서 태어날 것이다. 이 직업은 건축과 공학을 넘어,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