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편: 우주 변호사(스페이스 로이어) 자원·관할·보험·조약을 설계하는 미래의 법률가
왜 지금, 우주에는 법률가가 꼭 필요할까?
우주 활동의 무게중심이 “국가 중심의 과학 탐사”에서 “민간 주도의 상업 활동”으로 이동하면서, 법적 공백이 곧 사업 리스크가 되는 시대가 왔다. 위성 군집 발사, 재사용 발사체, 우주여행, 달·소행성 자원 활용, 우주 인프라의 사이버 보안, 심지어 궤도상 서비스까지—각 행위가 서로 얽히며 책임·소유·관할·보험의 질문을 쏟아낸다. 우주 변호사는 바로 이 질문들에 “작동하는 답”을 제공하는 실무가다. 국제규범과 국내법, 기술적 사실과 상업적 이해관계를 한 자리에 놓고, 분쟁을 예방·해결하며 산업의 성장경로를 열어 준다.
우주 변호사는 무엇을 ‘실제로’ 하나?
- 규범 해석과 준법 설계: 조약·협정·국내 우주법·수출통제·제재 규정을 검토해 프로젝트별 컴플라이언스 맵을 만든다.
- 계약 구조화: 발사·위성제작·지상국·데이터 라이선스·보험·공동개발 계약에 면책, 상호면책(cross-waiver), 손해배상 한도, 포스마주어, 지연·성능 SLA를 심는다.
- 책임·보험 구조 설계: 발사 전/후·궤도상 운용·재진입 단계별 제3자 책임(Third-Party Liability), 궤도상 파손·충돌·서비스 실패에 대비한 층화된 보험 패키지를 짠다.
- 분쟁 예방·해결: 프로젝트 거버넌스 조항과 **중재 조항(국제상공회의소, PCA 우주활동 선택규칙 등)**을 설계하고, 사고 시 신속 합의·중재를 주도한다.
- 정책·외교 자문: 정부·우주기관·사업자에 자원이용 규범, 데이터 거버넌스, 상호운용 표준(ISO/TC20/SC14 등)을 제안한다.
어떤 법들이 ‘뼈대’를 이룰까?
우주법의 토대는 국제 조약과 이를 이행하는 국내법·행정규정의 결합이다. 대표적인 틀은 다음과 같다.
- 우주조약(1967): 천체에 대한 주권 불인정, 평화적 이용 원칙.
- 구조·귀환 협정, 등록협약, 책임협약(1972): 우주물체 등록과 손해 발생 시 국가 책임의 범위를 규정.
- 달협정(채택은 제한적): 달·천체 자원의 국제적 관리 원칙을 제시.
- 최근의 다자 프레임: 달 표면 안전구역, 데이터 공유, 자원 활용 원칙을 명문화하는 탐사 파트너 협정(예: 아르테미스 계열).
- 국내 우주법: 발사 허가, 운용 면허, 파편 완화, 국가 대위배상·구상 구조, 자원 활용 인정 여부 등.
자원 소유권은 누구의 것인가?
핵심은 “천체에 대한 주권은 금지되지만, 채굴한 자원에 대한 권리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일부 국가는 기업의 자원 취득권을 국내법으로 인정해 투자 신호를 보낸다. 반면, “우주는 인류 공동재”라는 원칙과의 긴장도 커진다. 우주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설계한다.
- 프로젝트 위치·국적에 따른 준거법 전략
- 공유재·공동이익 기여 모델(로열티·데이터 공유·환경복구 기금)
- 현지자원활용(ISRU)과 소유권의 경계(추출 전후, 가공 전후 권리귀속)
범죄와 관할권은 어떻게 정리하나?
ISS처럼 다국적 모듈이 결합된 시설에서는 모듈 소유국·행위자 국적·피해 발생 장소에 따라 관할이 달라진다. 달 기지·화성 정착지가 생기면 더 복잡해진다.
- 다중 관할 충돌 방지 합의: 기지 협정(IGA)·운영세칙(코드)로 일차·이차 관할을 계층화.
- 형사·민사 절차 분리: 안전사고는 민사·행정 우선 처리, 고의범죄는 본국 송환·공동수사.
- 증거·디지털 포렌식: 폐쇄환경·지연통신을 고려한 증거 보전·원격 포렌식 프로토콜 마련.
- 인권·노동·의료 접근권: 장기체류 거주자의 기본권 카탈로그를 선제 설계.
사고·보험·책임은 어떻게 설계하나?
우주 프로젝트는 “저빈도·대손해” 리스크가 핵심이다. 변호사는 재무와 함께 다층 방어를 만든다.
- 국가 대외책임 ↔ 사업자 내부책임의 분리: 책임협약에 따른 대외 배상과 사업자간 구상 체계.
- 보험 레이어링: 발사·초기 궤도·운용·재진입 분리, 자기부담·공동보험·재보험 결합.
- 교차면책(cross-waiver)·피보험자 추가: 파트너 간 연쇄소송 차단.
- 사이버·데이터 손해 담보: 위성 조종권 탈취·데이터 변조까지 포함하는 사이버 라이아빌리티 특약.
- 잔해·감가·서비스 실패: 궤도상 연료보급/수리 실패, 수명단축 손실 평가모형까지 계약에 편입.
산업계의 계약은 무엇이 다를까?
우주 계약은 기술·일정·규제 리스크가 얽힌 프로젝트 파이낸스형 성격을 띤다.
- **성능기준(P/L, AIT, AITP)**과 검수·인수 절차를 촘촘히.
- **주파수·궤도권 확보(ITU 조정)**를 **선행조건(CP)**으로 설정.
- 지연·해상도 미달·데이터 결함에 대한 서비스 크레딧/리베이트 규정.
- **파편완화·수명종료 처분(EOL 디오빗/묘지궤도)**의 계약상 의무화.
- 소스코드·디지털트윈·디자인데이터의 IP·에스크로 관리.
주파수·궤도는 법적으로 어떻게 배분되나?
우주 통신의 ‘토지대장’은 궤도·주파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조정·등록을 거치며, 동일 궤도·대역 간 혼신(간섭) 관리가 관건이다. 변호사는 기술팀과 함께
- 파일링 전략과 국제 조정 일정,
- 간섭 분쟁 대비 중재·기술완화 조치,
- 국내 인가·지상국 규제까지 한 흐름으로 설계한다.
환경·파편·행성보호는 법이 무엇을 요구하나?
- 우주파편 완화: 발사 전 감축계획, 수명종료시 처분, 파손사고 보고의무.
- 환경영향평가: 대기권 재진입 파편·유해물질 관리.
- 행성보호(플래닛터리 프로텍션): 외생오염 방지·역오염 방지 지침(COSPAR 정책 등)의 계약·운용 반영.
- 윤리·공공성: 외계 생명 가능성 지역의 연구·상업행위 제한 원칙, 데이터 공개 범위의 공익 조정.
국제 분쟁은 어디서 어떻게 푸나?
국가간 분쟁은 국가 책임·외교적 협의·중재로, 민간 분쟁은 국제상사중재가 표준이다. 실무에선
- PCA 우주활동 분쟁 선택규칙 활용,
- 기술비밀 보호를 위한 비공개 절차·전문가 감정,
- 긴급구제(긴급 중재인)·임시처분으로 궤도상 위험에 신속 대응.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 합의서·기술위원회·거버넌스 보드를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이버 보안과 데이터 법제는 왜 중요해졌나?
위성 조종권 탈취·스푸핑·재밍은 곧바로 물적·경제적 손해로 연결된다. 변호사는
- 암호화·키관리·접근통제의 계약상 의무화,
- 사이버 사고 공시·보고 라인과 로그 보전,
- 데이터 주권·개인정보·지리적 보관 규정을 글로벌 운영에 맞춰 맵핑한다.
원격지(달·궤도)에서 수집된 과학·상업 데이터의 소유·2차 이용·오픈액세스 정책도 초기에 정해야 분쟁을 줄인다.
한국과 아시아의 기회는 어디에 있나?
한국은 발사체·위성 시스템·지상국·부품·소재에서 민관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주파수 조정, 파편완화, 데이터 정책, 사이버 보안, 보험·금융 등 법·정책·표준 연계 역량을 조기에 내재화하면, 아시아 협력망에서 규범 메이커가 될 여지가 크다. 로펌·정책연구기관·스타트업·보험·재보험이 묶인 우주 리걸-테크 클러스터는 현실적이고 유망한 모델이다.
어떻게 우주 변호사가 될까? (진로 가이드)
- 학제 역량: 국제법·상사계약·중재 + 기술 리터러시(궤도·주파수·AOCS·AIV/AIT).
- 실전 툴: 계약 라이프사이클 관리(CLMS), 레드라인 표준, 리스크 매트릭스, 인수실사 체크리스트(안전·환경·사이버·IP).
- 경험: 우주법 모의재판, 위성·데이터 기업 인턴, 보험·재보험 실습, 표준화 워킹그룹(ISO/ITU) 참관.
- 커리어 경로: 국제기구(UN COPUOS/ITU), 국가 우주기관, 로펌 국제중재·프로젝트팀, 발사·위성·데이터 기업 법무·정책 포지션.
결론 — 우주 문명의 ‘작동하는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
우주 변호사는 이론가가 아니라 산업을 움직이게 하는 규칙 설계자다. 자원은 누구의 것인지, 사고는 누가 책임지는지, 데이터는 어떻게 공유되는지, 서로 다른 법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기지에서 어떻게 살아갈지—이 모든 질문에 예측 가능하고 집행 가능한 해답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해양법이 세계무역의 질서를 세웠듯, 우주법은 다가오는 10년 우주 경제의 골격을 만든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스페이스 로이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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